항목 ID | GC019A02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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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병구 |
굳이 ‘산이 그 곳에 있어 오른다’는 진부한 말을 들먹일 필요가 없다. 골짜기로 난 길을 걷다보면 계곡의 바위를 휘감아 치는 작은 폭포들이 마음을 유쾌하게 만드는데, 넓은 암반 위를 살그머니 적시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줄기는 바라만 보아도 즐겁다. 산 나무들이 우거져 하늘을 가리고 있고 각기의 생명을 뽐내는 야생초들이 있어 상쾌해진다. 이름 모를 새들도 가끔 울어주는 덕에 더없이 좋은 길이 된다. 만수봉을 오르는 길목 풍경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만수봉을 오르기도 전에 왠지 모를 훈훈함을 담고 시작하게 된다.
월악산 영봉의 남쪽에 위치한 만수봉은 만수계곡을 끼고 오르다 계곡과 잠시 헤어지면서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간간이 나무계단과 철난간이 설치되어 큰 위험은 없다. 20여 분 정도 급경사를 오르면 숨고르기 좋은 장소가 나온다. 편평한 바위에 큰 소나무들이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 준다. 다리를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송계계곡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며 박쥐봉, 연내봉이 손에 잡힐 듯 빤하게 보인다. 남으로 미륵리 마을과 월항삼봉 역시 잘 보인다. 내려다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온갖 걱정과 욕심을 갖고 아등바등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오면서 부질없는 행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잠깐 갖게 된다. 산에 오르면 인자(仁者)가 된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약간 경사가 완만해진다. 만수봉 팻말을 보면서 용암봉을 우회한다. 용암봉 정상은 조그만 공터로 소나무 있는 곳이 전망이 좋다. 다시 동쪽으로 만수봉 가는 길로 접어들어 조금 내려서면 산죽군락 속에 삼거리가 나타난다. 우측은 월악산 주능선이고 좌측으로 약 100여m 가면 만수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널찍한 바위가 있어 다리쉼하기 좋다. 북으로 월악산의 영봉이 불끈 솟아 오른 것을 볼 수 있으며 충주호가 하늘과 대비되어 환상적으로 보인다.
산악인 신동준 씨(52세, 충주 거주)에 의하면 만수봉 산행에는 특별한 즐거움이 두가지 있다고 하였다. 그 하나는 만수계곡 골짜기를 물소리 들으며 걷는 즐거움이라 하였다. 숲길을 걸으며 듣는 물소리는 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을 뿐 아니라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고 언제 들어도 흥겹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또 하나는 산등성이에서 보는 조망이라고 하였다. 만수봉 정상은 펑퍼짐하고 소나무 등이 있어 전망이 훌륭하지 않지만, 만수봉 산길을 걸으며 여기저기 터진 곳에서 포암산, 주흘산, 조령산, 북바위산, 월악산 영봉, 문수봉 등 부근에 있는 산을 잘 둘러볼 수 있는 게 또 하나의 큰 즐거움이라 하였다. 약 3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구태여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산이다. 남들이 그 정도 걸렸다고 해서 꼭 따라야 하겠는가? 느림의 미학을 떠올리며 일부러라도 천천히 걸어도 좋을 산이 만수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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