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9A0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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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병구 |
미륵사지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월항삼봉으로 오르는 출발지는 역시 미륵사지이다. 예전에는 세계사 뒷쪽으로 오르는 길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대광사(옛 미륵대원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된다.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면서 계곡으로 들어가는 듯 하다가 이내 능선으로 붙는다. 능선을 오르다 잠시 다리를 풀기도 할 겸 숨을 돌리면 골짜기 사이로 미륵사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약 30여 분을 오르면 뾰족뾰족한 바위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칼같이 생겼다고 해서 ‘칼바위’라 부른다. 이를 지나쳐 10여 분 더 가면 칼바위보다는 부드러운 바위가 또 나타난다. 서두르지 않고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미륵사지의 지형을 음미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눈을 들어 포암산을 보아도 좋다. 산에 들어 산이 베푸는 기운을 느껴본다. 허겁지겁 종주할 일만 생각한다면 산에 드는 일의 의미를 이해 못한 소행이라 본다. 어느 산을 다녀온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산이 사람에게 주는 기운을 소중하게 담아오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시 조금 더 오르면 이번에는 양쪽으로 바위가 서 있어 그 사이를 통과해야 한다. 특별한 이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칼바위에서 여기까지 바위를 타고 넘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하지만 색다른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 앞으로 조심해서 가다보면 봉우리에 도착한다. 해발 782m 봉우리로 남쪽으로 부봉과 주흘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15분쯤 오르면 백두대간 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을 지나는 이들이 매달아 놓은 오색의 리본들이 나무에 매달려 춤추고 있다. 너나 구분 없이 이곳을 지나치는 이들이 자기 존재를 알리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산사람들이 길을 잃을까 걱정되어 매단 것인지 혼란스럽다. 약간의 절제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산에 들어서도 도시의 욕심내는 군상들의 냄새를 맡아야 된다는 것이 싫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적당했으면 좋으련만….
이곳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평탄한 백두대간 길을 걸으면 문득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는 산들모임 산악회가 2002년 11월에 세운 ‘탄항산(炭項山 856m)’이란 표지석이 있다. 예성문화연구회의 이상기 박사는 이에 대한 의미를 이렇게 풀이하였다. “월항이나 탄항이나 목 항(項)자가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목 항자는 고갯마루가 있는 곳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월항의 월은 달 월(月)이 아니라 넘을 월(越)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월항산을 순 우리말로 하면 ‘고개넘이 산’이란 말이 된다. 또 삼봉은 세 개의 봉우리 일 수도 있고 삼(參)이 많이 나는 산을 의미할 수도 있다. 더불어 탄항의 탄은 숯 탄(炭)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숯고개 산’ 이다” 라고 하였다.
월항삼봉 정상에서 남으로 주흘산 영봉이 잘 보인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하늘재까지는 40여 분 소요되는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가다보면 고인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인 ‘고인돌 바위’가 나오고 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래 사구도 나타난다. 헬기장을 거쳐 조금만 더 걸으면 하늘재로 나간다.
하늘재 정상으로 내려서는 순간 누구든 부처님 세상으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문경 관음리로 가든, 수안보면 미륵리로 가든지, 자신 안에 내재한 진정한 진리의 진면목을 의미하기도 하는 현세의 부처인 관음, 아니면 미래의 부처인 미륵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