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영농조합 법인인 장안농장의 대표 유근모 사장은 시인이다. 열 명의 농부가 천만 명으로 늘어나기를 바라며 농사를 짓는 그는 아직도 문청(文靑)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장안농장 홈페이지인 http://www.ssamnhub.com에 나오는 그의 귀농일기를 보면 그는 아직도 시인이기를 지향한다. 농장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렇게 기록을 남기려는 의지는 유기농 채소에 대한 의지만큼이나 강하다.

유근모 사장은 아주 바쁜 사람이라 만나기가 정말 어려웠다. 수차례 전화를 해서 겨우 약속시간을 잡을 수 있었다. 일이 시간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와 한 시간 이상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신니면 용원리 내용(안용원)에 있는 ‘장안농장 유기농 GAP 물류센터’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우선 GAP가 뭔지를 물어보았다. Good Agricultural Practices의 준말로 좋은 농산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물류센터의 사무실에 붙여진 이름 열 명의 농부, 영빈당 등이 상당히 문학적이라고 묻자 유근모 사장은 자신이 시를 좀 썼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다. 유 사장의 원래 고향은 제천시 청풍면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가서 꽃 농장을 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유 사장은 처음부터 식물과 함께 살 팔자였나 보다.

그러다가 1996년 처갓집이 있는 신니면 마수리 신석으로 내려와 밤나무를 농장을 경영하게 되었다 한다. 처가에서 일궈 논 밤나무 재배단지를 물려받아 그것을 더 키워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장안농장의 한편에는 밤나무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Input과 Output을 생각해 보니 그렇게 이익이 남는 사업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그 대안으로 쌈채소를 정하고 시장조사에 나섰다. 가락동시장과 재래시장, 마트로 표현되는 할인점의 신선식품부 등을 다니며 동향을 파악한 결과 유기농 쌈채소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수리 신석의 400번지 일대를 농장으로 해서 장안농장을 설립한다 한다. 장안이라는 이름은 씩씩한 언덕이라는 뜻으로 유근모 사장의 호였다고 한다. 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2002년 기반을 잡았고, 농장을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 유기농업 연구소와 쌈채소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연구소와 박물관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쌈채소의 과거이고 미래이다. 유기농업 연구소는 유기농 채소의 재배를 위한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으며, 쌈채소 박물관은 채소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유기농 영농조합으로 규모를 확대해서 장안농장을 법인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영농조합 법인으로 만든 것은 이를 통해 농업을 경쟁력이 있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처음 계획이 열 명의 농부가 천만 명으로 늘어나는 것이었으며, 영농조합은 그러한 계획을 실천하는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신니면 마수리와 신청리에 있는 장안농장의 규모는 약 10만평쯤 되고 이곳에서 적상추, 청상추, 케일, 칙커리, 겨자채 등 50가지의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그리고 쌈채소로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연구하는 채소는 100가지쯤 된다고 한다.

장안농장은 2007년에 외식산업에도 진출하여 ‘장안쌈밥집 열 명의 농부’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장안농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영농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져 이제는 한 차원 높은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유기농 채소의 재배 현장도 보고 체험도 하고 식사도 하는 체험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8년 7월에 문을 열기 위해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진입로를 새로 내고 연구소와 박물관을 정비하고 쌈밥집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장안농장은 현재 국내 최대의 쌈채소 전문회사가 되었다. 102명의 직원이 쌈채소의 재배와 수확 그리고 배송에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쌈채소 재배에 협력 또는 참여하는 농가는 12개이며, 인원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 협력 농가는 단양 원주 등으로 그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유근모 사장은 오늘도 법인의 경영뿐 아니라 체험농장을 개관하고 곳곳에 줄려가 컨설팅을 해주고 농업을 사업 더 나가서는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다. 그의 바쁜 일과는 장안농장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장안의 하루 일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2004년 3월 11일에 쓴 귀농일기 첫 번째 글이다.

‘가락동 시장에서 채소의 흐름과 경매가격을 보기 위하여 정례적인 시장조사와 협력농장과의 상호 물건을 교환하고 공급을 협의한 후 7월 이후의 안정적인 쌈채의 수급조절과 식재를 어떻게 상호 보완적인 협조를 할 것인가를 협의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밤 1시 50분, 취침하고 어김없이 아침 5시 30분 자명종이 울립니다. 잠이 부족하여 일어나기 싫었지만, 톱니바퀴 같이 6시면 대전 이마트의 배송차량이 옵니다. 어제 발주 온 물량을 팩스에서 확인하고 어제 할머니들이 수확하여 저온창고에 넣어둔 쌈채를 내오면서 인수증에 생산자와 수량을 꼼꼼히 적어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책임소재에 대비하고 친환경육성법을 준수합니다. 6시 10분, 대전 이마트 배송차량이 출발하고 충주 이마트 배송을 위해 차량에 발주물량을 부지런히 옮기고 빨리 출발하여 작업할 할머니들을 모시고 와서 오늘 작업할 물량을 지시한 다음 충주 이마트로 출발하였다가 돌아오면 7시 50분, 유치원 다니는 공주와 중 2학년 아이를 학교에 태워다 주고나면 9시,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할일을 이야기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10시 30분에 시청회의에 참석하고 농관원 직원과 월악산 양채 작목반농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나니 3시 30분, 충주 시내로 돌아와 충주포장을 방문하여 박스제작을 협의하고 디자인이 되어온 시디를 애플컴퓨터가 있는 곳에 넣어 확인하니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재디자인을 의뢰하니 4시, 눈이 감겨 와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없어 이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한 시간 가까이 눈을 붙이자니 20분 단위로 전화가 오고 5시30분, 부랴부랴 차를 출발하여 협력농장에 가서 채소를 차에 옮기고 나니 할머니들 귀가 시간... 시간 안에 도착 못하여 애 엄마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운전하며 오늘 작업물량을 일일이 확인하고 내일은 평일에 비하여 1.5배의 물량증가를 예상하여 준비하고 집에 오니 물탱크 압력조절 장치가 고장 났다고 합니다. 어둡기 전에 웃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애 엄마가 외출복으로 작업복 한다고 속상한 소릴 하길래 어둡기 전에 공사완료 하여야지 하고 아무 말 없이 고쳐놓고 나니 누전차단기가 떨어지네요, 얼른 전봇대로 가서 원인을 찾고 고치고 할머니들 작업한 것 저온창고에 넣어야지, 빨리 해야 한국과 폴란드 축구를 볼 텐데······시합 5분 전 부랴부랴 작업 완료, 저녁을 먹으면서, 축구를 보면서 내일 물량에 대하여 팩스를 넣고 전반전이 끝났을 때 재빨리 달려가 육묘장에 켜논 물을 잠그고 승리의 축구가 끝나고 인터넷을 합니다. 웹호스팅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팅과 옛 홈의 링크와 사진 올리기의 게시판, 농장일기에서 음악첨부에 대하여 제작업체에 메일을 보내고 속상함을 이야기 한 후 시장조사표를 모처에 발송하고 신규 가입고객과 고객들께 답장과 메일을 보내고 게시판에 쓸데없는 게시글 삭제하고 몇 군데 장안홈을 홍보합니다. 11시50분, 2농장 물을 탱크에 넣는 작업을 확인하고 1시간 홈 홍보를 하고 드디어 1시, 이제야 잠을 잡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2008년 6월 21일 홍윤아 씨가 장안농장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한 마디로 정신없이 오늘저녁 식사 했습니다’는 소비자들이 보는 장안농장 쌈채소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요즘 말로 인기 짱이다.

‘한마디로 정신없이 오늘저녁 식사했습니다. 온 식구······행복한 저녁시간을 보냈어요. 아니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ㅠ,ㅠ 울 식구 다이어트 망한 거 같습니다. ㅎㅎㅎ 푸짐한 야채라 별일 없겠지만 정말 감사했습니다. 자주 장보러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보제공]

• •  유근모(남, 장안농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