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살에 중장리로 들어왔다. 그해가 1942년. 해방되기 직전이었다. 원래 고향은 충청북도 옥산이었는데, 선비로 사셨던 아버지는 나라가 일제치하에 들어가자 1934년에 고향을 떠나 10승지지로 알려져 있던 공주로 오셨다. 일곱 살부터 10년간 살았던 동네는 이인면 잣골로, 두 형이 이인에 있던 금광산에서 일을 하며 집안의 생계를 이어갔다. 형들 덕분에 어려서는 직접 고생하는 일...
서울 출신 조순자씨는 스무살에 공주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중장리 삼거리마을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과 중장마을의 분위기를 비교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하루에 한두번 동네에 들어오는 버스는 물론이고 신문과 TV가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시골동네. 그저 벌레소리 새소리만 들려오는 조용한 세상이었다. 답답했다. 나물조차 뜯어본 적이 없는...
갈색 한복을 곱게 입은 김종국 할아버지는 삼거리마을 안쪽에 ‘영덕사’ 라는 작은 절집을 짓고 살고 있다. 어릴 때 경상도 안동에서 태어나 자랐고 청년시절에는 전라도 광주와 강원도 삼척, 경기도, 충청북도 등 안가본데가 없이 떠돌며 살았다. 말년에 우연히 중장리에 들어왔다가 아예 자리잡고 사는데 살아본 중에는 이동네가 제일 좋다. 어릴때에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