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801495 |
---|---|
한자 | 客主-, 眞寶市場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청송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경희 |
진보시장 -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 113-1 | |
객주문학관 -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청송로 6359[진안리 353] |
[개설]
진보시장은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탄생 배경이 되는 시장이다. 조선 후기부터 열리기 시작한 진보시장은 경상북도 북부 지역인 영양군, 영덕군과 인접한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 자리 잡고 있다. 면소재지인 이곳에서는 매달 3일과 8일, 13일과 18일, 23일과 28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열렸고, 장날에는 군내 각 지역의 사람과 장꾼들이 고추와 마늘, 각종 농산물, 간고등어들을 이고 지고 모여들던 곳이다. 그리고 이 시장터와 소설가 김주영의 집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따라서 소설 『객주』가 탄생한 배경이 이곳이며, 김주영은 어린 시절 보고 들은 조선 후기 보부상(褓負商)과 장꾼들의 삶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런 문화적 자산을 가진 진보시장이 드디어 잘 보존된 김주영 생가와 함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 2015년 중소기업청이 공모하는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이란 전통시장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품 등과 연계하거나 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발굴·개발하여 국내외 관광객이 장보기와 함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이에 2015년부터 3년 동안 시장 상인들은 이곳을 『객주』를 테마로 하는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특성화하는 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다.
낡은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시장 이름도 ‘진보객주시장’으로 바꾸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똘똘 뭉친 시장 상인 73명은 상인회를 꾸리고, 시장 안에 ‘진보객주시장 문화장터’를 만드는 한편, 야시장도 열기로 뜻을 모았다. 청송군에서도 때맞추어 김주영 생가 주변을 2018년까지 ‘김주영 관광촌’으로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생가 복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된장국이 구수한 장터]
2017년 9월 넷째 주 토요일 저녁에 찾은 진보시장에는 장날의 부산스러움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2층으로 리모델링한 새 장옥(場屋)의 1층은 과일·농산품·수산물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상점, 의류 등 일용품을 판매하는 상점, 식당들로 잘 구획된 상점들의 간판이 가지런히 서 있다. 2층은 상인회 사무실과 연리지(連理枝)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연리지 전시관은 부산 출신 권기철 시인이 연리지들을 모아서 꾸민 공간이다.
식당마다 때늦은 저녁 손님들이 밥상을 마주하고 있었으며, 식당 앞에는 야시장 판매대가 늘어서 있다. 때마침 매주 토요일마다 저녁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열리는 야시장 파사드(façade) 쇼와 노래자랑이 한창이었다. 장옥의 2층 지붕 전체를 화면 삼아 펼쳐지는 파사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시장 곳곳에는 ‘된장국이 구수한 장터’, ‘커피 향이 퍼지는 시장’, ‘인정으로 사고팔고 정성으로 주고받는 진보객주시장’, ‘해산물과 농산물이 만나는 시장, 진보객주시장’, ‘영상과 음악, 휴식과 커피가 있는 곳, 진보객주시장’, ‘흥정이 있는 시장, 인정이 있는 장터’ 라고 새겨진 현수막들이 나부낀다.
진보시장은 2017년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의 특성화 사업을 완료하면서 현재 대지 4,323㎡ , 연건평 2,504㎡ 규모의 2층 아케이드 시설과 주차장, 화장실 등을 갖추고 운영 중이다. 전체 점포 수는 38개소이며, 식당 구역과 생활필수품 구역으로 나뉘어 들어선 점포는 상설로 운영된다. 그리고 매 3일과 8일에는 정기시장이 열리고, 장날이면 인근 청송읍, 파천면, 영양군 등지를 순회하는 노점상 50여 명이 이곳에 난전(亂廛)을 편다. 그리고 장꾼 200여 명이 몰려들어 면 단위 전통시장으로는 경상북도에서 굴지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대를 잇는 장꾼들]
청송군 지역에는 조선 후기부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진보면에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이 시기 시장은 5일에 한 번씩 장날에만 열리는 오일장이었다. 상인들은 한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인접한 안동군[지금의 안동시]과 영양군을 거쳐 진보시장, 청송시장, 도평시장 등 곳곳을 돌아다니는 행상들이었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 시장들이 공설시장으로 바뀌면서 점차 장터 한곳에 자리 잡고 장사하는 상인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진보시장 상인들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곳에 뿌리내려 왔다.
진보시장에는 반세기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상점이 적지 않다. 2017년 현재, 가장 오래된 상점은 ‘시장천막사’로서 팔순을 바라보는 이숙희 사장[78세]이 54년째 운영 중이다. 주방용품을 파는 ‘부산그릇’[대표 민일기, 65세], 의류를 판매하는 ‘만물상회’[대표 권기영, 72세]와 ‘서울양행’[대표 오창석, 71세], 마늘 등 농산물을 취급하는 ‘의성마늘’[대표 김득출, 70세]과 ‘풍진식품’[대표 오복근, 68세], 칼국수를 파는 ‘서울분식’[대표 이헌도, 77세]들도 40년을 훌쩍 넘긴 상점들이다.
더욱이 이곳은 영덕에서 안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황장재(黃腸-)[405m]를 낀 지역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교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20세기 중반까지 안동 명물로 알려진 간고등어의 소금 간은 일차적으로 이곳에서 행해졌다. 따라서 대를 이어 간고등어와 삶은 문어 등 해산물을 취급하는 ‘해성상회’[대표 천성열, 40대]는 현재까지 안동 간고등어 간잽이[간재비] 상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외에도 주부들이 함께 만든 마을 기업 ‘객주두부’가 있다. 최진숙[64세] 대표와 이후남[57세], 신옥자[67세], 김점조[63세], 황은영[57세], 오분남[70세], 권용선[55세], 김연홍[58세], 이순교[64세], 박복연[70세], 서순분[59세], 박태수[60세], 황복화[59세] 씨 등 13명의 아주머니들이 똘똘 뭉쳐 개업한 이곳은 이 지역에서 농사 지은 국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장날에만 장사를 한다. 3개 조로 나뉘어 두부 제조와 판매를 하고 있는데, 장날에만 작업하기 때문에 두부를 만드는 조는 당일 오전 5시부터 9시까지 일하고, 판매 조는 아침에 만들어 놓은 두부를 장터에서 판매한다. 장날 하루 보통 10판 정도를 파는데, 판매 조원은 무료 봉사를 하고, 두부를 만드는 조원의 일당은 적당한 값이 책정된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콩에 시골 아낙네들의 손맛이 가미된 ‘객주두부’는 고소한 맛과 향이 가득하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야시장]
진보시장은 2017년 10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야시장을 개장하고 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야시장의 먹을거리는 보리밥으로 유명한 ‘황금식당’과 저마다의 맛을 뽐내는 ‘코끼리식당’, ‘서울분식’ 등 시장 내에 자리 잡은 13개 식당들이 별도의 판매대를 만들어 새벽 2시까지 영업에 나선다. 그리고 저녁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시장 2층에서는 ‘진보 객주시장 문화장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길이 80m, 폭 20m의 2층 장옥 천장으로 쏘아 올리는 파사드 영상 이벤트이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시장 상인회 김휘동 관리사[56세]의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한쪽 공간은 연리지와 연리지 형상들을 전시한 연리지 전시관, 또 다른 공간에서는 ‘먹는 기쁨, 보는 즐거움’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노래자랑이 열리는데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다. 장날 해지기 전까지만 반짝 서던 진보시장이 환골탈태(換骨奪胎) 중이다.
[진보시장 옆에는 객주문학마을]
진보시장과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김주영이 유년기를 보낸 집이 있다. 이 때문에 진보시장 상인들 중에는 유년 시절 그와 함께 공을 차고 놀고, 진보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공부하였던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시장 상인회 오복근 회장[67세]도 “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지만 김주영을 형이라고 부르면서 함께 놀았던” 동네 친구들 중 한 사람이다. 김주영의 유년 시절은 이들의 기억을 통해 고스란히 구전된다. 그리고 그가 살았던 기와집과 우물도 그 자리에 그 시절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도로와 면한 ‘진보미용실’ 바로 맞은편 골목 안에 자리한 김주영이 살던 집 일대는 ‘객주문학마을’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15년까지 경상북도와 청송군이 240억 원을 들여 김주영이 유년기를 보낸 집을 중심으로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 일원에 객주문학관, 객주문학마을, 객주문학길로 구성된 ‘객주 문학 관광 테마타운’을 조성한 뒤 이어지는 후속 사업이다. 진보시장 맞은편 김주영이 살던 집 터에 남아 있는 살림집과 우물 주변으로 2층짜리 민박집 7동, 조선 후기 보부상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저자거리, 찜질방, 소설가의 집들이 들어서게 된다. 2018년 완공될 예정이다.
객주문학관은 ‘객주 문학 관광 테마타운’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었으며,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시설이다.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에 있으며, 2005년에 폐교된 진보제일고등학교 건물을 증·개축해서 2014년 6월 10일 4,640㎡ 규모의 3층 건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객주』를 중심으로 한 작가의 문학세계를 담은 전시관, 소설 도서관, 스페이스 객주, 영상 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연수시설, 집필실인 여송헌(與松軒)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송군이 자랑하는 문화 관광시설 중 한곳으로 꼽힌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는 1979년 6월 1일 『서울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1984년 2월 29일까지 4년 9개월 동안 1,465회에 걸쳐 연재되었고, 이후 2013년 4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108회에 걸쳐서 연재되었다. 이 방대한 소설은 1983~1984년 동명의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으며, 1981년부터 1984년까지 ‘창작과비평사’에서 총 9권, 이후 ‘문이당’을 거쳐 2013년 ‘문학동네’에서 제10권으로 완간되었다. 제9권이 발간된 지 30년 만의 일이다.
우리나라 대표 청정 지역인 경상북도 청송군, 영양군,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 등 4개 군이 모여 만든 4색 매력의 외씨버선길에서 제3길은 객주문학길로도 불리는 김주영 객주길이다. 이 길은 『객주』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보부상단(褓負商團)이 등짐을 지고 드나들던 16.6㎞ 산길이자 『객주』 제10권에 나온 울진군 십이령길(十二嶺-)과 함께 경상도 지역 보부상단이 오가던 주요 활동 경로이기도 하다. 객주문학길은 객주문학관에서 시작해 파천면 신기리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진보시장 일대는 김주영의 삶, 김주영의 문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周王山)과 청정 자연, 천혜의 자연 환경이 만들어 낸 청송사과, 그리고 김주영의 대하소설『객주』와 보부상의 자취는 청송 관광의 백미가 되고 있다. ‘객주 문학 관광 테마타운’ 조성 이후 김주영이 살던 집 일대가 관광촌으로 재정비됨으로써 김주영이 살던 집, 진보시장, 객주문학관을 잇는 테마 관광은 청송군을 관광 도시로 우뚝 서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진보시장과 진보시장 상인들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장의 역사와 문화, 한 소설가의 삶에 대한 보다 풍성한 현장과 관련 자료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