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902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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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媤- |
영어음역 | Beongeori Sijipsari |
영어의미역 | The Tale of a Dumb Brid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서리 |
집필자 | 정혜경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서리에서 시집살이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1982년에 채록되어 1984년에 출간된 『한국구비문학대계』1-9에 실려 있다.
옛날 어느 집에서 인분 치우는 법까지 가르쳐 딸을 시집보내면서 “바둑이 말하기 전, 삼 년 동안은 말을 하지 말아라.” 하고 당부하였다. 시집을 와서 통 말을 안 하자 시아버지가, “아! 인물도 좋고 뭐든지 잘하는 며느리를 얻었는데, 벙어리를 얻었나 보다. 벙어리하고 살 수 있나? 내쫓아야겠다.” 하였다.
그런데 윗방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나서 시어머니가 엿보니, 며느리가 의장에서 바둑을 꺼내 놓고 잠막대로 툭툭 치면서, “네가 말을 안 해서 내가 말을 안 하고 있는데, 벙어리라고 나를 내쫓는다는구나! 어떡하면 좋으냐? 말 좀 해봐라! 네가 말을 해야 내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앞에서 말을 할 텐데 넌 왜 말을 안 하느냐?” 하였다. 이를 본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벙어리가 아닌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말을 안 하는 것이 이상했다. 시아버지는 그래도 말을 하지 않으니 쫓아 버리자고 하였다. 하인을 얻어서 아침을 먹이고 가마에 태워 보냈다.
가마를 타고 가는데 따뜻한 봄철이라 풀은 파릇파릇하고 꿩이 가마 밖에서 푸드득하였다. 이를 본 며느리가, “아유, 저기 저 꿩은 잡아서 이 날개 저 날개 덮는 날개는 우리 시아버지 드렸으면 좋겠고, 이 가슴 저 가슴 썩는 가슴은 우리 시어머니 드렸으면 좋겠고, 요 다리 저 다리 건너는 다리는 우리 낭군님 드렸으면 좋겠고, 요 주둥이 조 주둥이 놀리는 주둥이는 우리 시누이 줬으면 좋겠다.” 하였다.
“아니 세상에 저런 아씨가 어디 있느냐?” 하면서 가마꾼들이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너희들은 왜 다시 왔느냐?” 하고 시아버지가 묻자,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가다가 쉬어 가는데 꿩이 푸드득 날아가니까, 아이 저기 저 꿩은 잡아서 이 날개 저 날개 덮는 날개는 우리 시아버지 드렸으면 좋겠고, 이 가슴 저 가슴 썩는 가슴은 우리 시어머니 드렸으면 좋겠고, 요 다리 저 다리 건너는 다리는 우리 낭군님 드렸으면 좋겠고, 요 주둥이 조 주둥이 놀리는 주둥이는 우리 시누이 줬으면 좋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로 데려왔습니다.”
한편, 며느리는 양반가의 자식인데 소박을 맞아 그것이 부끄러워 울다가 이 일을 부모님께 알렸다. 어느날 친정에서 편지가 왔다. “딸아! 딸아! 삼 년 삼 년 석 삼 년만 살아라. 삼 년 삼 년, 석 삼 년만 살고 나면 얼굴에 이야기꽃이 핀다더라. 저기 애기 세 살이면 시집살이 다한단다. 아무쪼록 잘해라. 그냥 벙어리 되어 삼 년, 귀먹이 삼 년, 눈 어두워 삼 년, 그렇게 살아라.” 이 편지를 본 시아버지는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느냐? 그만치 가르쳐 보냈는데 편지에다 이렇게 사연을 또 해보냈으니, 난 며느리 잘 얻었다.” 하고, 비로소 시아버지는 며느리 칭찬을 하였다.
구비문학에는 시집살이에 관련한 내용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출가한 며느리는 시집살이의 혹독함을 견디기 위해 시집살이 노래를 불렀다. 뿐만 아니라 시집살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는데, 「벙어리 시집살이」는 시집살이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며느리는 시집가기 전 친정부모의 당부와 교육으로 벙어리로 살다가 소박을 맞지만 시집살이를 인내로 견뎌냄으로써 시댁의 인정을 받는다. 벙어리로 살기 위해 며느리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무조건 참아야 했다. 이 이야기에는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살아가기 위해 벙어리로 지내야 했던 며느리의 고충과 딸을 가르쳐 보내고도 불안해 하는 친정 부모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