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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풍수 이야기 : 소쿠리 형국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4B010207
지역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지산마을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향토사연구회

마을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신다. 이름처럼 백수까지는 끄떡없으실 것 같은 너무나 정정하신 80대의 김백수 할머니는 마을에 대해 공부하러 왔다는 말에 할머니가 알고 계신 마을에 대한 비밀이야기를 해주시려는 듯 소곤소곤 마을에 대한 말씀을 꺼내신다.

“여기 마을사람들은 살다가 부자가 되믄 마을 밖으로 나가야 된다고 칸다.” 할머니께서 던지신 말씀에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여기 지형을 보면 모양이 딱 소쿠리 모양인기라. 그래서 누구든지 부자가 되믄 밖으로 나가야 된다 카이. 안 나가고 계속 버티고 있다가는 그나마 여기서 모은 것까지 다 잃어버린다 카는 이야기가 있는 기라. 소쿠리가 다 찰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자로 쫌 마이 모아졌다 시프믄 떠나야 되고 완전히 떠나기가 뭣하믄 완전히 떠나는 게 아니더라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거나 해야 되는기라.”

지산마을은 마을이 들어앉은 모습이 마치 오막한 소쿠리의 형상과 흡사하다. 이러한 소쿠리 지형을 한 마을들은 하나의 전설처럼 ‘한 소쿠리하면(재산을 어느 정도 모으면) 으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 그대로 눌러앉으면 벌어 모은 모든 재산을 다 다시 그 자리에 쏟아내게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풍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다들 마을전설을 믿고 마을에 순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께서는 다시 말씀을 이으신다. “나는 처녀 적에 저짝에 울산에 살다가 우리 영감이 열아홉살 되는 해에 이 마을에 왔는기라. 처음 시집와 가꼬는 여기와가 논도 없어 가꼬 농사도 못 지었다 아이가. 그라다가 막 농사짓기 시작 했을 때는 처음이라 가꼬 서마지기 정도 밖에 못 짓고 너므집 소 먹여주고 그 소가 새끼 낳으면 새끼주고 하는 배내기를 해가꼬 소도 키우고, 나무도 해가 팔고, 숯도 해가꼬 신평장에 내다 팔고 그래가꼬 돈 벌었다 아이가. 그래 살아도 아직까정 부자는 아니지만은도, 우리도 나중에 부자가 되기만허면 나가서 살끼라.”(김백수, 지산마을 농민, 87세)

어쩌면 부자가 되면 꼭 나가야 한다는 그 법칙보다도 마을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믿고 ‘나도 부자가 되어야지’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마을의 소쿠리형국 전설은 그것이 이치에 맞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이야기와 함께 그 이야기 속에서 더불어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정보제공]

  • •  김백수(지산마을 농민, 8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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