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다방
-
원다방에서 맞선 봤던 여자를 두 번째 만났을 때 구보는 청혼을 했다. 둘 다 혼기가 찬 상태였고, 서로 바쁘게 사니까 시간 끌 일 없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여자 쪽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고 빨리 확답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혼을 받은 여자도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러자고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자는 서울 대치동에서 살았고, 신학생이었다. 그리고 목...
-
구보가 아내를 만난 건 그로부터 2년 정도 지난 후였다. 나이가 서른 즈음이 된 신앙심 깊은 그에게 주변 사람들이 중매를 서겠다고 나섰다. 아주머니들은 언제나 신앙심 좋은 아가씨를 물망에 올려놓고, 청년과의 결혼 생활을 요모조모 그려보고 예상해 보았다. 구보의 집에 세들어 살던 젊은 아주머니도 그랬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고 이만 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서, 아는 친구의 여동생을...
-
어머니는 여러모로 노씨 아줌마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다. 노씨 아줌마는 일찍 시집간 맏딸 대신이었다. 그녀 덕분에 어머니는 그나마 장사를 나다니며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씨 아줌마는 한 마디로 살림꾼이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녀를 일찍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다. 딸이 선을 보고 남자를 사귀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것이 벌써 시집갈 생각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
-
원다방은 한 20평이나 25평 정도 되는 다방이었다. 테이블은 15개 정도 놓여 있었고, 그처럼 선보러 나온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던 곳이었다. 같은 교회 다니던 권사님 한분도 원다방에서 선을 봐서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990년 초만 해도 사람들은 만남의 장소로 다방을 주로 이용했었다. “당시에는 만날 장소가 성남 쪽에서는 특별한 장소가 없으니까 원다방이라든가 돌고래다방...
-
염씨가 상대원으로 왔던 80년대 초는 장사가 참 잘 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상대원공단은 활발하게 돌아갔고, 근로자들이 시장의 주요한 고객이었다. 젊은이들은 간이부엌이 딸린 방 하나 짜리에 주로 살았다. 방안에는 비키니 옷장 하나에 조그마한 호마이카상이 놓여 있었고, 부엌에는 석유 곤로와 밥공기와 국그릇 정도가 갖추어졌다. 또한 돌이나 백일이 되면 뷔페를 찾는 지금과는 달리, 8...
-
백씨는 요즘 함주부[함께하는 주부 모임]가 운영하는 ‘책이랑도서관’에 상근한다. 상대원 소외지역 청소년들이 찾는 작은 문화공간을 소중하게 돌보고 가꾸는 일이 그녀는 마음에 든다. 그리고 함주부 일을 하면서 상대원에서 벌어지는 문화 프로젝트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2008년 들어 성남문화재단이 문화예술을 통해서 상대원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한 문화 프로젝트 중에는,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