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다방에서 맞선 봤던 여자를 두 번째 만났을 때 구보는 청혼을 했다. 둘 다 혼기가 찬 상태였고, 서로 바쁘게 사니까 시간 끌 일 없이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여자 쪽에서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눈치였고 빨리 확답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혼을 받은 여자도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러자고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자는 서울 대치동에서 살았고, 신학생이었다. 그리고 목...
상대원 사람들의 삶은 대부분 팍팍했다. 부모들은 삶에 쫓겨 아이들을 돌볼 겨를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 없이 커 나갔다. 어떤 아이는 어려서부터 술과 담배를 배웠고 또 어떤 아이는 약간 방탕끼를 갖고 제멋대로 살았다. 어려서부터 집을 떠나 객지로 떠도는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도 한때 한동안 그런 방탕한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도 그런 부류의 친구들이었다.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