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구보의 집은 답십리 개천 주변에 있었다. 이삽십 평 남은 되는 집이었다. 끼니도 어려운 사정이었으니 집의 형편이야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어머니에게는 더없는 의지처였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바람은 밖에서 불어왔다. 소년 구보가 초등학교 2학년 될 때쯤 서울은 재개발 바람이 불었고, 소년 구보가 살던 답십리 개천 일대도 철거 대상이 되었다. 구보의 나이 아홉 살,...
구보의 삶에서 어머니는 조용하면서도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가 이렇게 안정된 삶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어머니는 삶의 형편을 요리조리 재는 민첩함보다는 그냥 앞만 보고 무뚝뚝하게 살아오셨다. 그의 아내도 여지껏 처음 분양받은 땅에 그대로 살고계신 어머니의 삶이 참 인상적이라며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처음 어머니(가 성남에) 들어왔을 때 땅이 막 이렇게 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