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5014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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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方言 |
영어음역 | bangeon |
영어의미역 | dialects |
이칭/별칭 | 진도사투리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진도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기갑 |
[정의]
전라남도 진도지역에서 쓰이는 토박이 언어를 통칭하는 말.
[개설]
진도 방언은 적어도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전라남도 전역에서 두루 쓰이는 방언, 전라남도의 하위 방언인 서남부 방언(무안, 목포, 영암, 신안, 완도, 진도, 해남, 강진, 장흥 등의 방언)에 속하는 요소, 그리고 진도 지역에서만 쓰이는 고유한 표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요소는 진도 방언에서 ‘전라남도 전역 〉서남부 전라남도 〉진도’ 등의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전라남도 전역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방언은 제외하고, 전라남도의 서남부와 진도에서만 확인되는 언어적 현상만을 기술하려 한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은 최소심(1990)과 채정례(1992)의 구술 담화 자료에 바탕을 두었다.
[음운적 특징]
1. 자음의 탈락
모음과 /ㅣ/ 사이에서 /ㄴ/이 탈락된다. ‘할마이(=할머니), 어머이(=어머니), 주마이(=주머니), 그라이(=그러니), 오이라(=오너라), 이마이나(=이만큼이나), 꺼마이(=꺼멓게), 마이(=많이)’ 등이 이런 예이다. /ㄴ/은 반모음 /j/ 앞에서도 탈락될 수 있다(예: 이역(=이녁), 옇다(=넣다)). /ㄴ/ 이외의 다른 자음도 모음과 /ㅣ/ 사이에서 탈락을 겪기도 하는데, ‘머이마(=사내), 가이나(=계집)’는 /ㅅ/, ‘비ː땅’(=부지깽이)는 /ㅈ/, ‘따이로’(=땅으로)는 /ㅇ/이 각각 탈락한 것이다.
2. 모음 /ㅜ/의 탈락
진도 방언에서는 /ㅜ/ 모음이 탈락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예를 들어 ‘배우다’는 진도 방언에서 ‘배ː다’처럼 /ㅜ/가 탈락하면서 첫 음절이 길게 소리 난다. 이 장음화는 한 음절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나 셋째 등 한 집안의 아이 가운데 중간에 끼인 자식을 가리키는 말인 ‘간ː뎃놈’도 원래는 ‘가운뎃놈’에서 변화한 것이다. ‘나누다’를 ‘난ː다’로 발음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전라남도의 다른 지역에서도 /ㅣ/와 /ㅜ/가 결합될 경우 /ㅜ/가 탈락되기도 하지만(예; 피ː다(=피우다), 키ː다(=키우다), 치ː다(=치우다)), 진도 방언처럼 /ㅣ/ 이외의 모음 다음에서 /ㅜ/가 탈락되는 경우는 드물다.
3. 유추
‘작은딸’을 가리키는 ‘장가이나’ 또는 ‘장가’에서 ‘장’은 ‘작은’에서 온 말이다. ‘작은’이 ‘장’이 되려면 ‘자근 → 잔 → 장’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만, ‘자근 → 잔’의 변화는 결코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자근 → 잔’은 아마도 ‘작은’의 반의어인 ‘큰’과 끝소리를 맞추기 위한 결과로 보인다. 경상도 방언에서 ‘못’을 ‘몬’이라 하는 것도 유사한 부정어인 ‘안’ 때문이다. 이처럼 의미적으로 관련 있는 낱말들끼리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유추 작용은 여러 언어에서 확인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문법적 특징]
1. -읍닌자/-읍딘자
진도 방언에는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로 ‘-읍닌자’와 ‘-읍딘자’가 있다. 이것은 중앙어의 ‘-읍니까’와 ‘-읍디까’에 대응하는 방언형이다. ‘다섯을 안 낳았습닌자?’, ‘의신면 사람 아닙닌자?’, ‘백파장같이 물도 없을랍딘자?’, ‘뭣 할라고 오락했습딘자?’ 등처럼 쓰인다.
이 ‘-읍닌자’와 ‘-읍딘자’의 ‘-자’는 기원적으로 ‘-갸’가 구개음화를 겪고, 여기에 /ㄴ/이 첨가된 것이다. 즉 ‘-읍니갸 〉 -읍니자 〉 -읍닌자’, ‘-습니갸 〉 -습니자 〉 -습닌자’ 등의 변화를 겪었다. 일반적으로 구개음화는 낱말의 첫 음절에서 일어나는데, 이 경우는 어미의 끝 음절에서 일어나 매우 이례적이다. ‘-읍닌자’와 ‘-습닌자’는 때로 ‘-음자’나 ‘-슴자’ 등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또한 ‘-갸’는 ‘-꺄’로도 변이하는데, 이에 따라 ‘-읍닌짜’나 ‘-습닌짜’ 또는 ‘-음짜’, ‘-슴짜’ 등의 어형이 생기기도 한다.
이 ‘-읍닌자’는 지정사 ‘이-’ 다음에 붙는 어미 ‘-라’ 뒤에 쓰여 ‘-랍닌자’로 쓰이는데, 이것이 때로는 조사로 기능이 바뀌어 ‘람닌자’가 되기도 한다. 조사 ‘람닌자’는 반말의 표현 다음에 쓰여 상대에 대한 높임을 나타낸다. ‘우리 함마니가 진도서 왔어람닌자.’, ‘나럴 암컷도 보도 안하고 시집얼 보냈어람닌자.’ 등이 이런 예이다. ‘람닌자’는 전라남도의 대부분 지역에서 쓰이는 조사 ‘라우’에 비해 상대를 더 대접하는 말맛을 준다(비교: 왔어라우/왔어람닌자).
2. -게
‘-게’는 ‘자네’라고 부를만한 상대방에게 하는 명령법 어미이다. 이 ‘-게’는 진도를 비롯하여 완도, 신안 일부 지역 등 서남해의 몇 지역에서만 쓰인다. 나머지 전라남도 방언의 대부분은 ‘-소’를 사용한다. 중앙어에서 ‘-소’는 16세기에 나타나고 ‘-게’는 17세기 이후에나 보이므로 ‘-소 〉 -게’의 대체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라남도의 내륙지방은 고형을 쓰고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 일부 지역은 후대형을 쓰는 셈이다. 왜 이들 섬 지역이 중앙어와 같은 신형을 쓰는지는 의문이다. 이 ‘-게’는 친근한 손위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데,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는 말인 ‘엄매 옷 한나 맞춰 주게’, 여동생이 언니에게 하는 ‘성은 여가 꼭 앉었게!’ 등이 이런 용법을 보여 준다.
3. -만다고
진도지역에서 쓰이는 어미 ‘-만다고’는 기원적으로 ‘-으마고 한다’에서 축약된 말이다. 전라남도의 내륙지역 방언에서는 ‘-으마고 한다’가 결코 ‘-으만다’로 축약되지 않지만 진도나 완도 등 서남해안 지역 일부에서는 이러한 축약이 일어나면서, 일인칭 주어의 의지를 나타내게 된다. 중앙어로 옮긴다면 ‘-겠다고’ 정도가 될 것이다. ‘막 하라는 대로 하만다고 업져서 막 빌었당께라’와 같은 예는 ‘막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엎드려서 마구 빌었다니까요’와 같은 중앙어로 옮길 수 있다.
4. ‘-씨-’
접미사 ‘-씨-’는 자동사를 타동사로 만들거나, 타동사에 결합하여 강한 동작을 나타내는 점에서 중앙어의 ‘-뜨리-’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벌씨다’(=벌리다), ‘일씨다’(=일으키다)의 ‘-씨-’는 타동사를 만들며, ‘오굴씨다’는 타동사 ‘오굴다’의 강조형이다. 〈덮거나 가린 것을 한 부분만 걷어 쳐들거나 잦히다〉의 뜻을 갖는 ‘떠들씨다’ 역시 타동사 ‘떠들다’의 강조형이다. 이 ‘-씨-’는 진도를 비롯한 서남해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전라남도의 내륙에서는 ‘-치-’가 쓰인다. 그래서 ‘오굴씨다’에 대한 내륙 방언형은 ‘오굴치다’이다.
[어휘적 특징]
1. 친족어
부모에 대한 명칭으로서 ‘아배’와 ‘엄매’가 선호된다. 물론 화자에 따라 ‘아부이’, ‘어머이’ 등이 쓰이는 수도 있기는 하다. 그밖에 시어머니에 대해 ‘씨엄씨’나 ‘씨엄매’, 시아버지에 대해 ‘씨압씨’ 등이 쓰인다. 조부모에 대한 지칭으로서 ‘하납씨’와 ‘함마니’, ‘함씨’ 등이 있다. 여기에도 ‘할바이’나 ‘할마이’ 등이 쓰이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 언니를 ‘성’이라 부르며, 동생은 남녀 가리지 않고 ‘동승’ 또는 ‘동숭’으로 부른다. 올케 가운데 오빠의 부인을 ‘오라부성’, 남동생의 부인을 ‘동숭에지섬’이라 한다. ‘동숭에지섬’은 기원적으로 ‘동숭-에-지-ㅅ-엄’으로 분석되는데 〈동생의 지어미〉를 뜻한다. 중앙아시아 고려말에서는 손위 올케를 ‘올찌세미’라 하는데 이 역시 ‘올-ㅅ-지-ㅅ-어미’로 분석되는 말로서 〈오라비의 지어미〉를 뜻한다. ‘오라부성’이나 ‘동숭에지섬’은 진도, 신안 등 서남해 섬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데, 전라남도의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에 대해 ‘오라부덕’과 ‘동상아덕’이 쓰여 이들 지역과 대립을 보인다.
남편의 남자 형제를 ‘씨아잡씨’라 한다. ‘씨아잡씨’의 ‘아잡씨’는 ‘앚-압씨’로 분석되는데 ‘앚’은 〈작은〉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아잡씨’는 기원적으로 〈작은아버지〉를 뜻한다. 전라남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씨아잡씨’에 대해 ‘시아재’를 쓴다.
2. 아이의 속명과 택호
아이가 정식 이름을 갖기 전에 집에서 부르는 속명을 짓는 방식이 진도지역에서는 따로 있다. 아이의 속명은 어머니의 친정 지명과 아이의 성별에 따라 결정된다. 아이가 아들이면 ‘바’(진도 본섬)나 ‘수’(조도), 딸이면 ‘심’이나 ‘단’을 붙인다. 그래서 만약 어머니의 친정이 진도 본 섬의 ‘대삿골’이면 아이의 이름은 ‘대바’나 ‘대심이’ 등으로, 조도의 볼매섬이면 ‘볼매수’나 ‘볼매단’ 등으로 불린다. 첫 아이의 속명을 따라 어머니의 택호는 자동으로 결정되는데, 다만 내륙에서 ‘덕’(〈 댁(宅))을 썼던 것에 비해 진도지역은 ‘네’를 사용한다. 그래서 육지라면 ‘볼매떡’(←볼매-ㅅ-덕)이라 해야 할 택호가 이 지역에서는 ‘볼매수네’ 또는 ‘볼매단네’처럼 불린다.
3. ‘-읍-’과 ‘-드락신하-’
진도 방언은 전라남도 내륙지방의 형용사에 접미사 ‘-읍-’을 결합시켜 새로운 방언형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중하다, 귀하다, 독하다, 간사하다, 맛나다, 서툴다’ 등의 내륙 방언형에 대해 진도 방언은 각각 ‘중합다, 귀합다, 독합다, 간삽다, 맛납다, 서투룹다’ 등을 사용한다. 이 ‘-읍-’은 진도뿐 아니라 전라남도의 서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한편 중앙어의 ‘-다랗-’에 대해 전라남도 방언은 ‘-드라하-’ 또는 ‘-드란하-’를 대응시키는데, 진도 방언은 ‘-드락신하-’가 대응되는 수가 있다. ‘커다랗다’에 대한 ‘크드락신하다’는 진도 방언에서 ‘크닥신하다’로 변이되는데, 같은 성격의 변화가 내륙에서도 확인된다(예: 지드란하다 → 지단하다/지댐하다).
4. 그밖의 낱말
① 진도에서 쓰이는 ‘낫살’ 또는 ‘납살’은 중앙어와 의미가 다르다. 중앙어의 ‘낫살’은 ‘나잇살’의 준말로서 〈지긋한 나이를 낮잡아〉 이를 때 쓰는 말이지만, 진도에서는 이러한 비하의 기능도 없고, 나이가 지긋한 경우에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내 납살이 올해 예순일곱’, ‘호적 나이가 현 납살보다 시살이 적으요.’ 등의 예가 이러한 용법을 보여 준다.
② 진도 방언에서 부사 ‘짠뜩’은 〈아주〉나 〈매우〉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짠뜩 급항께’, ‘잔뜩 졸라쌍께’, ‘내가 짠뜩 웅께’, ‘짠뜩 아푸고 짠뜩 못 젼디먼’ 등과 같이 쓰이는데, 중앙어에서 이러한 예들은 성립되지 않는다(비교: 중앙어의 ‘날씨가 잔뜩 흐리다’/‘얼굴을 잔뜩 찌푸리다’).
③ 진도에서 마루는 ‘반침’이라 부르며, 중앙어 ‘마루’와 어원이 같은 ‘마래’는 마루방을 가리킨다. 이 ‘마래’는 안방 옆에 붙어서 물건이나 곡식 등을 넣어 두는 방의 하나라는 점에서 중앙어 ‘마루’와는 다르다.
④ 진도의 독특한 낱말인 ‘누산네’는 〈누구〉 또는 〈아무개〉 등의 의미를 갖는데, 기원적으로 ‘누구사람네’에서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가자고 여그럴 왔드라고라 누산네하고’, ‘누산네가 “내가 장구 딱 잡고 있으면 다 될 것이요” 이라고 합디다’처럼 쓰인다.
⑤ 그밖에 ‘보’(=벌써), ‘설팍’(=사립문 밖), ‘꾀시럽다’(=꾀가 많다), ‘늑시근하다’(=늙수그레하다), ‘몽숭가리다’(=단단히 마음 먹다), ‘찍들다’(=끼얹다) 등의 낱말도 독특하다. 서북 전라남도에서는 ‘몽숭가리다’에 대해 ‘몽그리다’, ‘찍들다’에 대해 ‘찌클다’가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