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6B01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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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동곡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최갑표 |
동곡마을에서 귀신사 쪽으로 가면 구릿골 계곡의 옛길이 나온다.
좁은 계곡을 따라 바위가 드러나는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아무도 걸은 적이 없는 듯한 오솔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한데, 샛길로 나 있는 흙길도 운치가 있어서 그냥 한없이 걷고 싶어진다. 끝없이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동곡마을에서 좁은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걸으면 귀신사까지는 약 4~5㎞로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이곳은 비교적 넓은 분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전주 방향으로 이어지는 솔티고개를 경계로 동진강 수계와 만경강 수계가 분수계를 이루고 있다.
[동학농민군이 걸어갔던 그 길]
구릿골 계곡의 옛길은 옛날 원평에서 전주를 가는 지름길로서,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동학 농민군이 전주성을 향해 진격했던 길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농민군이 이 길을 걸어갔는지에 관한 역사 자료가 없어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1894년 4월에 정읍과 흥덕을 거쳐 고창읍 무장현으로 진입하였던 동학농민군의 수를 헤아려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무장현은 정읍의 손화중 포(包) 관할 지역으로서 금구·원평의 김덕명 포(包) 관할 지역과 함께 전라도에서 동학의 세력이 가장 컸던 곳이다. 당시 동학군 1만여 명이 무장현에 진주했다고 하니, 이 농민군들이 전주성을 향해 걸어가지 않았을까?
실제로 동곡마을에서 가까운 원평은 동학농민운동군 지도부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덕명(金德明)의 근거지로서 혁명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곳이자, 동학농민군들의 최후 항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이다. 아, 이 길을 걸으며 살아 숨 쉬는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적 숨결을 느껴 보자
지금은 지방도 712호선이 금평저수지에서 귀신사를 연결하고 있어서 구릿골 계곡의 옛길은 숲속의 오솔길로만 남아 있다. 더구나 한국농촌공사에서 발주하는 농업용 저수지가 이곳 구릿골 계곡에 만들어진다고 하니, 이 길은 이제 물속으로 수장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 것이다.
현재 구릿골 아래에 위치한 금평저수지는 구성산 자락의 구릿골 계곡과 모악산 자락의 금산사 계곡의 물을 모아 금산면과 봉남면 등 김제평야에 물을 공급해 주고 있지만, 수량이 부족하여 새로운 보조 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릿골 계곡의 농촌용수개발사업은 2009년에 시작해서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학농민군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걸었던 길, 또 누군가 이 길을 걸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새로운 삶의 용기를 얻었을 아름다운 길이 사라지게 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