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80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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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出産儀禮 |
이칭/별칭 | 출생 의례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청송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재영 |
[정의]
경상북도 청송군에서 행해지는 임신, 출산과 관련된 의례.
[개설]
청송군에서는 잉태를 기원하는 의례에서 임신 기간을 거쳐 출생 후 태어난 지 만 일 년이 되는 돌까지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의례를 출산의례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출산의례는 아이 특히, 남아의 잉태를 기원하는 기자 의례(祈子儀禮)와 아이를 낳기 전의 산전의례, 낳은 후의 산후 의례로 구분된다.
[출산 전 의례]
기자 의례는 임신 전 또는 후에 행하는 의례로서 임신 전에는 수태를, 임신 후에는 아들을 점지하기 위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기자의례는 일반적으로 치성 기자와 주술 기자로 구분하는데, 치성 기자는 아들을 낳기 위해 삼신, 부처 등 신령한 존재에게 치성을 드리는 것이고, 주술 기자는 아들과 관련된 주술적 행위를 통해 아들을 기원하는 것이다. 청송군에서는 주술 기자로서 아들을 낳은 산모의 생리대나 속옷을 얻어와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한편, 길쌈하는 집에서 천을 가져와 속옷을 만들어 입으면 쌍둥이를 임신한다고 하였다. 아이가 없는 집에서는 쌍둥이를 원하기도 하지만, 대개 쌍둥이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임신 3개월이 되었을 때 방에 깔아놓은 짚자리의 굽에 앉으면 쌍둥이를 낳는다고 하여 조심하기도 하였다.
아이를 잉태하고 난 이후의 출산 전 의례는 금기사항을 지키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주로 음식 금기가 많으며 행위 금기도 시행되는 경우가 있다. 금기는 민속 신앙적인 관점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 그것을 하지 않도록 하거나 하지 않게 지키는 일로, 민간에서는 속신 또는 속설로 전승되어 온 일종의 관습 행위이다. 예전부터 출산은 늘 부정(不淨)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것은 아기가 혹시라도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출산 금기는 임산부와 가족들의 그러한 불안을 다스리고,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게 될 불행을 예방하려는 조치이다. 단계별로 산전 금기와 산후 금기로 나뉘며, 내용은 음식과 행위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룬다. 출산 전의 산모는 특히 음식을 삼가고 가려서 먹어야 한다.
청송군에서는 임신부에게 음식 금기로서 문어와 닭을 먹이지 않는다. 문어를 먹으면 뼈 없는 아이가 태어나며, 닭을 먹으면 아기의 몸에 물렁뼈가 생겨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출산 시에 산모는 누워서 아기를 낳는다. 탯줄의 경우, 아들은 낫으로 자르고 딸은 가위로 자른다. 아이의 배꼽이 아물면서 떨어진 탯줄은 간직해 두었다가 아기의 몸이 아플 때 달여서 먹인다. 간혹 ‘도산’이라고 하여 아기가 산모의 배 속에서 죽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음식 금기는 대부분 과학적 근거보다는 식품 재료의 형상이나 속성이 태어날 아기에게 부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종류의 음식 금기가 오랫동안 지켜진 것은 임산부의 정서적 안정이 바로 태중의 아기에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상가나 제삿집 등에서 온 궂은 음식, 모양이 비뚤거나 나쁜 냄새가 나는 음식도 금기시되었다. 상가나 제삿집은 죽음에 대한 연상을, 그리고 바르지 않은 모양과 악취는 부정적 연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출산 전의 임산부는 말고삐, 체, 불, 부삽, 도마 등을 타고 넘거나 빗자루를 깔고 앉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체등을 타고 넘으면 출산이 더디고, 빗자루를 깔고 앉으면 쌍둥이를 낳고, 불을 타 넘으면 아기가 경기를 자주 일으킨다고 여겨 금기시되었다. 임산부는 남의 상가나 잔치, 산 짐승을 잡는 곳, 불난 집 등에 가서도 안 된다. 상가나 불난 집 등은 부정함 외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어서 안전이나 위생 면에서 기피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전의 행위 금기에는 임산부의 남편이나 가족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가족들은 상가 등의 궂은 곳에는 출입하지 않으며, 난산, 사망, 사산이란 단어나 그런 뜻이 담긴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또한, 산 짐승을 잡지 않으며, 땔감을 마련할 때도 낫이나 도끼를 사용하지 않는다.
[출산 후 의례]
출산 후 의례는 출산 과정과 그 이후의 의례로서, 우선 삼신상을 차려서 삼신할머니에게 아이의 출산을 고한다. 삼신상을 차린 후 아이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금줄을 대문 앞에 만들어 단다. 금줄은 왼새끼를 꼬아 아이의 성별에 따라서 고추, 실타래, 숯을 꽂기도 하는데, 가정에 따라서 미역을 꽂기도 한다. 이는 부정한 이들의 출입을 금지하여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출산 후 100일째 되는 날을 백일이라 하고, 1년째 되는 날을 돌이라 하여 의례를 올린다. 이러한 의례는 아이가 인간 사회에 안전하게 편입되었음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청송군에서는 대개 산모의 해산 이후 첫 끼니로 호박을 끓여서 먹이는데 ‘후더침’이라는 산후통을 없애 주기 때문이다. 호박국을 먹고 난 이후에는 명태 미역국을 먹는다. 출산 직후 젖이 나오지 않을 때는 누룽지를 묽게 끓여서 아이에게 먹이고, 젖이 남으면 굴뚝에 버린다. 하지만 젖이 적게 나올 경우에는 삼신상에 빈다.
한편, 아이의 첫 저고리는 목의 깃을 없애고 고름은 실로 만든다. 이를 ‘이단저고리’라고 한다. 이단저고리는 삼칠일 혹은 칠칠일 동안 입힌다. 이 저고리는 나중에 깃에 넣어 꿰맨 후 시험을 보러 가면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한다. 한편, 친정으로 처음 아기를 데려갈 때는 숯으로 얼굴을 검게 칠해 소의 등에 태워서 간다.
[현대의 출산 의례]
현재 이러한 출산 의례를 시행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일부 할머니들이 자식과 손주의 출산을 위하여 삼신상을 차리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청송군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병원에서의 출산이 보편화하면서 전통적 출산 의례의 의미가 변했다. 하지만 임신 기간 몸가짐을 조심히 하고, 태어난 아이를 정성스레 대하는 모습은 과거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